[취업 성공 분투기 #1-1]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어이 김씨! 😡 XX 빨리 좀 해… 우리가 무슨 동네 야유회 놀러 온 줄 아는 거야 당신이 거기서 느려터지게 일하면, 
우리 오늘 일 다 못해”

이제 30대 중반쯤 보이는 놈이 욕은 기본이고 반말은 패시브 스킬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내가 네 삼촌뻘은 될 거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이 바닥에 위아래가 어디 있겠는가? 아니 있기는 있다. 일 잘하는 놈이 위다. 인력소장하고 알고 있는 놈이 위다. 
힘센놈이 위다. 한 살이라도 젊은 놈이 위다. 이 바닥이 그렇다.

나는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중견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20여 년 일 한 곳에서 내게 돌아온 건 명예퇴직 (무엇 때문에 명예인지 모르는, 그냥 잘리는 것보다는 나아서, 
돈 몇 푼이라도 더 줘서 내보내니까 명예퇴직인가 싶은…)을 권유당했다. 
한때는 임원 승진에 목을 매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나하고는 먼 이야기 같아서 
그냥저냥 정년퇴임까지 버티자는 생각으로 일을 했는데… 
그걸 회사에서 알아버렸나? 그동안 내 가족과의 시간도 누리지 못한 채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한 대가가 이런 것이라니 
한편으로는 서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했다. 
화풀이할 곳이 없어 인사과의 최 과장에게라도 이야기하려다 
그의 인생도 나와 같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그냥 속으로 삭히고 말았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명예퇴직에 응하지 않으시면 아시잖아요? 어떻게 되는지..”

최 과장의 이야기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이건 협박도 아니고 그냥 응하지 않으면 네가 더 손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겠냐? 능력 없는 내가 잘못이지.”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개월이었다. 
그동안 회사에서 지원하는 전직 지원프로그램도 듣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다시 일을 할지, 받은 쥐꼬리만 한 퇴직금(2억 조금 넘었다.)으로 프랜차이즈라도 해야 할지 말이다. 
중견기업에서 20여년 일했는데 무슨 퇴직금이 쥐꼬리냐고..? 근데 그 2억, 내게는 쥐꼬리다. 
그걸로 애들 등록금 내고 집 대출금 내고 이것저것 빌린 돈 일부 갚아도 한참 빚이 남아있다. 
물론 금수저를 물고 여유 있는 집에 태어났다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집에는 뭐라 이야기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참 빠르게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편 : [1-2편]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